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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과 마음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말에서부터 우리 몸을 둘로 나눠 생각하는 사고체계가 바탕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라는 존재는 몸만 있을 수도 없으며, 마음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 둘이 모두 온전히 함께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몸이 우선이냐 마음이 우선이냐에 대해 갑론을박 열띤 토론을 하던 때가 있습니다. 아직 지식도 얕고 사회 경험도 적었던 그때, 접했던 최진덕 씨가 지은 " 인문학, 철학, 그리고 유학"이라는 책 속의 내용을 보며 사고의 균형을 맞춰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책에 나오는 '큰 몸과 작은 몸'이라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논어"에서는 영혼과 몸의 이원론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논어"가 영혼과 몸이 분열되기 이전의 일원적 혼융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영혼과 몸의 일원론이건 이원론이건 이런 것들은 모두 상관적 사유와는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인과적 사유의 산물이다.
"논어"에서도 마음과 몸은 분명히 서로 다르지만, 이원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상호 연속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공자가 "70에는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따르더라도 질서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술회할 때의 마음(心)이란 신적이고 초월적인 영혼이 아니라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 욕망이 주어진 질서에 어긋나기도 하고 들어맞기도 하는 그런 마음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신체적인 마음 혹은 육화 된 마음이다.
"논어"에서는 마음이란 글자가 별로 눈에 뜨이지 않지만, "맹자"에서는 마음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어이다. 맹자는 "인의예지가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로 말한다. 그리고 "마음을 기르고(養心)", "달아난 마음을 구하는 것(求放心)"이야말로 공부의 요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맹자의 마음 역시 신적이고 초월적인 불변의 단일한 영혼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기를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으며, 달아나기도 하고 거두어들일 수도 있는 가변적인 것이다.
맹자는 몸에 결부되어 있는 감각기관을 '작은 몸'이라 부르고 사유하는 능력을 가진 마음을 '큰 몸'이라 부르면서 '작은 몸'을 따르면 소인이 되고 '큰 몸'을 따르면 대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 '큰 몸'이 곧 맹자가 다른 곳에서 말하는 본심이고 양심이다.
맹자가 몸과 마음을 대소의 차이로 구별하면서도 마음을 두고 '몸'이라고 불렀다는 점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마음과 몸 사이에 존재론적인 위상의 차이가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다르면서도 연속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양자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양적인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마음이 몸 안에 있다면, 맹자에게 있어서 마음이란 '몸안에 있는 또 하나의 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맹자식으로 표현한다면, 마음은 '작은 몸 안에 있는 큰 몸'이라 해도 될 것이다. 맹자는 몸이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반면 마음은 인의를 추구한다고 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지향성의 차이를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양자가 연속적임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의예지가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 해맑고 빛나게 얼굴에서 나타나고 등줄기에서 넘쳐흘러 사지로까지 전달되어 사지(四肢)지로 까지 전달되어 사지는 말해 주지 안항도 (인의예지를) 안다."
맹자의 이 말은 작은 몸의 생리학과 큰 몸의 심리학이 서로 다르면서도 연관되어 있고, 양자를 관통하는 것이 인의예지의 윤리학임을 분명히 말해준다.
알고 보면 '몸도 마음이고, 마음도 또 다른 몸'이라는 의미로 새겨집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분법적인 사고와 흑백논리로 판단하고 무엇인가를 규정하기 쉬운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그러한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참으로 건강한 사람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결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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